
나이가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제가 식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아이들 입맛에 맞고 빠르게 차려낼 수 있는 요리가 최고라 여겼지만, 이제는 연로해지시는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 그리고 사회생활로 지친 남편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부모님의 생신이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날, 혹은 무더운 여름이나 찬 바람이 불어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오면 식탁 위에 올릴 '진짜 보양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보양식 중에서 제가 가족들을 위해 자신 있게 준비하는 메뉴 중의 하나가 '능이버섯 닭백숙'입니다. 예로부터 '1 능이, 2 표고, 3 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능이버섯은 그 향과 영양 면에서 으뜸으로 꼽힙니다. 능이버섯은 참나무와 영양분을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특성이 있어 인공 재배가 매우 어렵고 자연에서 직접 채취해야 하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참나무 향기를 가득 품은 이 귀한 버섯으로 끓여낸 닭백숙 한 그릇은, 55세 딸이자 며느리, 그리고 아내로서 제가 가족들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과 위안의 표현입니다.
고기를 부드럽게 돕는 천연 소화제, 능이버섯의 놀라운 비밀
연세가 드신 부모님들은 "고기가 질겨서 소화가 안 된다"며 고기 요리를 피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도 나이가 들수록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하지만 닭백숙에 능이버섯을 듬뿍 넣으면 이런 걱정을 단번에 덜 수 있습니다. 능이버섯에는 고기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성분이 아주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고기와 함께 끓이면 질긴 닭고기의 육질이 마법처럼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져, 치아가 약하신 어르신들이나 위장이 약한 분들도 편안하게 고기를 소화하실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능이버섯을 뜨거운 물에 끓여 우려내면 이 단백질 분해 성분의 함량이 훨씬 더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향을 내기 위한 부재료가 아니라, 가족들의 편안한 소화를 돕는 천연 소화제이자 과학적인 요리법인 셈입니다.
국물 한 방울도 버릴 수 없는 능이버섯 손질 및 조리 비법
귀한 재료인 만큼 능이버섯은 다루는 데에도 약간의 정성이 필요합니다. 능이버섯은 가을철에 구해 냉동해 두거나 꾸덕하게 말려 냉동 보관해 두면 사계절 내내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요리하기 전 표면의 흙과 불순물을 아주 꼼꼼하게 잘 씻어내야 합니다. 만약 말린 능이버섯을 사용하신다면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주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핵심 비법이 있습니다! 버섯을 불리면서 까맣게 우러나온 능이 우린 물을 절대 버리지 마시고 백숙 육수로 고스란히 사용하셔야 합니다. 이 까만 물이야말로 참나무 성분과 단백질 분해 효소가 가득 녹아있는 진국 중의 진국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가마솥이나 냄비에 깨끗하게 손질한 토종닭 한 마리를 넣고, 잡내를 잡아줄 엄나무 3토막과 대추 한 줌, 마늘, 대파, 은행 등을 넉넉히 넣어줍니다. 그리고 능이버섯과 능이 우린 까만 물을 부은 뒤,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 약불로 줄여 닭고기가 푹 익을 때까지 정성스레 끓여냅니다. 인삼이나 황기가 있다면 함께 넣으셔도 국물 맛이 한층 깊어집니다.
식사 후기: 온몸으로 퍼지는 참나무 숲의 깊은 위로
푹 고아진 능이 닭백숙을 식탁 가운데 올리자, 집안 가득 묵직하고 향긋한 참나무 숲의 향기가 퍼져나갔습니다. 맑은 국물이 아닌, 능이에서 우러나온 거무스름하고 진한 국물은 보기만 해도 보약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익은 닭 다리를 하나 떼어 부모님 앞접시에 놓아드렸습니다. 능이버섯의 단백질 분해 효소 덕분에 닭고기는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졌고, 뼈와 살이 스르르 분리될 만큼 연했습니다. 어르신들은 "고기가 입에서 녹는다"며 국물까지 연신 떠드셨고, 땀을 흘리며 진국을 들이켜는 남편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고기를 먹었다는 더부룩함 없이,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하고 편안한 기운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렇게 내 손으로 정성껏 다듬고 끓여낸 음식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지혜가 쌓여가는 과정인가 봅니다.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날, 단백질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채워주는 진한 '능이버섯 닭백숙'으로 사랑을 전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