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세 주부의 명절 고충, 소화 안 되는 기름진 전부치기
명절이나 집안의 큰 잔치 때마다 한국의 주부들이 가장 오랜 시간 매달려야 하는 곳은 바로 기름 냄새 진동하는 불 앞입니다. 저 역시 30년 가까이 명절마다 산더미처럼 전을 부쳐내며 손목과 허리의 뻐근함을 훈장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고 나니, 전부치기의 고단함보다 더 두려운 것이 생겼습니다. 바로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고 밀가루가 듬뿍 들어간 전을 먹은 뒤 찾아오는 지독한 소화불량과 더부룩함입니다. 가족들을 위해 정성껏 부친 전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밀가루와 기름의 조합은 위장과 혈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남편도 언제부턴가 명절 전은 한두 점만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밀가루를 완전히 빼버리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전 요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쫄깃한 버섯 갓 안에 고기 소를 꽉 채워 부쳐낸 '표고버섯 동그랑땡'입니다. 오늘은 밀가루 없이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고소한 맛을 100% 끌어올리는 저만의 건강한 버섯전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혈당과 콜레스테롤 걱정을 덜어주는 '밀가루 제로'의 마법
보통 전을 부칠 때는 재료에 밀가루나 부침가루를 듬뿍 묻힌 뒤 계란물을 입히는 것이 정석입니다. 하지만 정제된 탄수화물인 밀가루를 기름에 부쳐 먹는 것은 중장년층의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나잇살을 찌우는 주범이 됩니다. 밀가루를 아예 빼고 물기를 꽉 짠 두부와 견과류, 다진 채소로 속을 채운 표고버섯전은 당뇨나 혈당 관리가 필요하신 분들도 안심하고 든든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훌륭한 건강식입니다. 더불어 표고버섯 자체가 훌륭한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합니다. 표고버섯의 풍부한 식이섬유와 '에리타데닌' 성분은 동그랑땡 소에 들어간 고기의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고 혈압을 낮춰주는 특이한 효능을 발휘합니다. 이처럼 고기와 표고버섯은 영양학적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므로, 중장년층 부부의 식탁에 자주 오르기에 손색이 없는 보약 반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재료 없이도 완벽한! 밀가루 없는 표고버섯전 부치기
밀가루 없이 전을 부친다고 하면 소가 다 떨어져 나가거나 모양이 망가질까 걱정하시지만, 요령만 알면 아주 예쁘고 단단하게 부쳐낼 수 있습니다. 우선 갓이 적당히 피어있는 예쁜 표고버섯을 준비합니다. 표고버섯전을 만들 때는 절대 버섯을 물에 푹 담가 씻지 말고, 젖은 키친타월이나 깨끗한 면포로 표면의 먼지만 살살 닦아주어야 버섯 고유의 향을 진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기둥을 똑 떼어낸 버섯 갓 안쪽에 맛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 밑간을 해둡니다. 동그랑땡 소는 다진 돼지고기에 물기를 꽉 짠 두부, 잘게 다진 양파, 당근,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섞어줍니다. 이때 떼어낸 표고버섯 기둥도 잘게 다져 넣으면 식감이 훨씬 살아납니다. 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간을 한 뒤 찰기가 생기도록 손으로 여러 번 치대어 줍니다. 보통은 버섯 안쪽에 밀가루를 바르지만, 우리는 밀가루 없이 준비한 동그랑땡 반죽을 버섯 속 홈에 평평하고 단단하게 꾹꾹 눌러 담아줍니다. 밀가루나 부침가루를 생략해도 거창한 재료 없이 훌륭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속을 채운 표고버섯은 노른자를 넉넉히 푼 계란물에 퐁당 담가 계란옷을 듬뿍 입혀줍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속을 채운 고기 면이 바닥으로 향하게 얹어줍니다. 이때 가스레인지 불은 반드시 '약불'로 유지해야 합니다. 겉면에 묻은 계란이 타지 않으면서 버섯 안의 고기 속까지 완벽하게 은은히 익혀내기 위해서는 약불에서 천천히 부쳐내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뒤집어가며 정성껏 구워내면 밀가루 없이도 깔끔한 표고버섯전이 완성됩니다.
속 부대낌 없이 편안하고 쫄깃한 명절의 맛
금방 부쳐내어 따끈따끈한 표고버섯전을 반으로 갈라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밀가루 옷이 없어 입안에 닿는 첫 느낌부터 기름지지 않고 아주 담백합니다. 얇고 고소한 계란옷을 지나면 쫄깃하고 향긋한 표고버섯의 채즙이 툭 터져 나오고, 이어서 두부와 채소를 품어 한없이 부드러워진 육즙 가득한 고기 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청양고추를 다져 넣은 덕분에 고기의 느끼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무엇보다 밀가루를 섭취하지 않으니 식사를 마친 후에도 배가 더부룩하게 팽창하는 불쾌감이 없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남편도 "명절 전부치기도 이젠 이렇게 밀가루 없이 가볍게 가자"며 접시를 깨끗하게 비워냈습니다.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55세 주부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레시피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꼭 명절이나 잔칫날이 아니더라도, 평소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와 표고버섯을 활용해 건강하고 속 편안한 '밀가루 없는 표고버섯 동그랑땡'을 만들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