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옛날이야기 같은 동요, 기억나시나요? 익살스러운 리듬 속에 삶의 애환과 해학이 서린 <꼬부랑 할머니>는 우리에게 '굽이진 길'에 대한 첫 기억을 심어주었습니다. 똑바른 길만 있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이 노래는 인생에는 꼬부랑 고개도 있고, 넘어지기도 하며, 다시 일어나는 과정이 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오늘은 이 동요 속에 등장하는 '고개'라는 단어를 통해, 제가 화장품 소재 개발이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으며 깨달은 인생의 굴곡, 그리고 천자문의 '登(오를 등)'이 담고 있는 성장의 의미를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하는" 다섯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동요의 기억: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먼저, 리드미컬한 가사 속에 삶의 서사가 담긴 전문을 읽어보겠습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꼬부랑 본가서 꼬부랑 똥을 누니 꼬부랑 개가 와서 꼬부랑 먹네
꼬부랑 지팡이 짚고 꼬부랑 길을 가다 꼬부랑 할머니 꼬부랑 넘어졌네 꼬부랑 할머니 꼬부랑 웃으며 꼬부랑 꼬부랑 다시 가시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부를 때는 '꼬부랑'이라는 단어의 반복이 그저 재미있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제 허리도 조금씩 숙여지는 나이가 되어보니, 넘어지고도 다시 웃으며 길을 떠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인생 최고의 '유연함'과 '회복 탄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2. 나의 경험: 프로젝트라는 고개를 넘으며 배운 '다시 가기'
화장품 소재 개발팀장으로서 제 커리어는 수많은 '꼬부랑 고개'의 연속이었습니다. 혁신적인 신소재를 출시하기 위해 정부 과제를 수행하거나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밟을 때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고개를 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공들여 준비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 '꼬부랑' 넘어지는 순간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예산은 깎이고, 일정은 촉박해지며, 팀원들의 사기는 떨어지는 그 막막한 고갯마루에서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완벽주의가 아니라 '해학'이었습니다.
실패를 심각하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지"라며 툭툭 털고 웃어 넘길 때 비로소 다음 고개를 넘을 힘이 생겼습니다. 고개는 우리를 막아서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솟아 있는 것임을 현장의 치열한 고난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이 땀방울의 기억이 없었다면, 저는 동요 속 할머니의 웃음을 결코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3. 천자문으로 읽는 지혜: 登(오를 등)의 유래와 해석
천자문에서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기상을 '登(오를 등)'이라는 글자로 표현합니다. 이 글자에는 '고개'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登은 위쪽의 '필 발(癶)'과 아래쪽의 '제사 그릇 두(豆)'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癶'은 양발을 번갈아 내디디며 올라가는 모양을 뜻하고, '豆'는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담긴 그릇을 뜻합니다. 즉, 登은 '소중한 목표를 향해 정성을 다해 한 발 한 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높은 고개에 오르기 위해서는 조급함보다는 정성(豆)이 필요하며, 멈추지 않는 발걸음(癶)이 핵심입니다. 고개를 넘는 행위는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성취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과정임을 가르쳐줍니다.
4. 결론: 더 단단한 내일로 나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굽잇길
어린 시절 장난스럽게 불렀던 <꼬부랑 할머니>가 이제는 제 삶의 철학이 되었습니다. 넘어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서 웃으며 다시 일어나는 것이 인생의 본질임을 이해하게 된 것은 저 또한 수많은 실패의 고개를 직접 넘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제가 연구 팀장으로서 프로젝트의 좌절을 겪어보았기에 후배들의 실수에도 "괜찮아, 다시 가보자"며 웃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고개를 넘어본 사람만이 평지의 귀함을 알고, 숨 가쁜 오르막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정상에서 부는 바람의 시원함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인생의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고 계신가요? 혹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넘어져 아파하고 계신가요? 꼬부랑 할머니처럼 한번 크게 웃어보십시오. 굴곡진 길을 지나야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하듯, 여러분의 오늘 겪는 고난은 더 단단한 내일로 나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굽잇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