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신 뒤, 딱딱한 흙을 뚫고 올라오는 연약한 초록빛 머리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로 시작하는 동요 <싹트네>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성장'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가장 활기차게 가르쳐준 노래입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품고 있는 무한한 우주를 손동작과 함께 노래하며 배웠습니다. 이 노래 속에 담긴 '씨앗'과 '싹'의 생명력을 통해, 제가 화장품 소재 개발 현장에서 식물의 줄기세포(Stem Cell)를 배양하며 깨달았던 탄생의 신비, 그리고 천자문의 '生(날 생)'이 담고 있는 쉼 없는 창조의 의미를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하는"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동요의 기억: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먼저, 가사만 읽어도 손가락으로 새싹 모양을 만들고 싶어지는 경쾌한 가사 전문을 읽어봅니다.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내 마음에 사랑이
싹트네 싹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어릴 적 이 노래를 부를 때는 그저 손유희를 따라 하는 재미가 컸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조직의 팀장으로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씨앗을 뿌려본 지금, 제 마음을 붙드는 구절은 "밀려오는 파도처럼"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적인 새싹 하나가 돋아나는 과정이, 사실은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파도와 같은 격렬한 생명의 분투를 거친 결과라는 사실을 이 동요는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2. 나의 경험: '캘러스(Callus)'가 보여준 무한한 생존의 의지
저는 화장품 소재 개발 팀장으로서 식물의 상처 부위에서 형성되는 분화되지 않은 세포 조직인 '캘러스'를 연구합니다. 식물은 외부의 자극이나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자리를 치유하고 새로운 생명을 틔우기 위해 폭발적으로 세포를 증식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피부 재생의 핵심 소재가 됩니다.
연구실에서 배양기(Incubator) 속의 작은 세포가 싹을 틔우는 과정을 지켜보며 제가 배운 것은, 생명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사랑)을 만났을 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흙)이라도 정성 어린 수분과 햇볕이 닿으면 반드시 싹은 틔우기 마련입니다.
직접 현미경으로 세포의 분열과 성장을 관찰하며 그 경이로운 순간을 지켜본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동요 속 가사가 왜 사랑을 "싹트는 것"에 비유했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성을 다해 생명(生)을 보듬는 마음이 결국 최고의 공감(치유)을 만든다는 것을 현장의 연구 데이터를 통해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3. 천자문으로 읽는 지혜: 生(날 생)의 유래와 해석
천자문의 맥락에서 '生(생)'은 단순히 태어나는 것을 넘어, 우주의 쉼 없는 활동과 도덕적 완성을 향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글자 生은 '땅(土)' 위에 '풀(屮)'이 돋아나 자라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입니다.
자원(字源)은 흙을 뚫고 솟아오르는 강인한 풀의 형상을 통해, 멈추지 않는 '생명력'과 '성장'을 뜻합니다.
한자 生은 우리에게 '상생(相生)'과 '일신(日新)'을 가르칩니다. 어제의 낡은 껍질을 벗고 매일 새롭게 싹을 틔우는 것,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에도 사랑의 싹이 트도록 돕는 것이 살아있는 존재의 본분임을 보여줍니다.
4. 결론: 씨앗(生)의 침묵 속에 감춰진 거대한 생명력
어린 시절 손뼉 치며 불렀던 <싹트네>가 이제는 제 삶을 일깨우는 창조의 철학이 되었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이 싹트네"라는 구절은,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잠재력(씨앗)을 믿고 기다려주어 마침내 그들의 성취가 싹을 틔울 때 느끼는 희열로 이해됩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제가 연구 팀장으로서 성과 중심의 재촉보다 '배양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억지로 싹을 잡아당기면 뿌리가 상한다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뚫고 싹을 틔워본 고통의 시간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지금 어두운 흙 속에서 분투하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봄은 곧 올 것"이라는 진심 어린 공감을 건넬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싹이 트고 있나요? 혹시 차가운 흙이 무거워 포기하고 싶지는 않나요? 生(생)이라는 글자가 보여주듯, 당신 안에는 대지를 뚫고 올라올 거대한 파도 같은 생명력이 잠들어 있습니다. 당신의 열정에 사랑이라는 물을 주십시오.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자라날 때, 당신의 인생은 동요처럼 푸르고 활기찬 생명의 노래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