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놀이터 한쪽, 축축한 모래 속에 손을 깊숙이 밀어 넣고 두드리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고 외치며 조심스레 손을 뺄 때,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 그 작은 모래 동굴이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동요 <두꺼비집>은 저에게 '상실'과 '교환', 그리고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창조'의 에너지를 가르쳐준 노래입니다.
이 노래 속에 담긴 '모래(沙)'라는 소재를 통해, 제가 화장품 소재 개발 현장에서 분체(Powder) 기술을 다루며 깨달았던 구조의 안정성, 그리고 천자문의 '築(쌓을 축)'이 담고 있는 견고한 기초의 의미를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하는" 스물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동요의 기억: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먼저, 모래를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전래 동요의 가사 전문을 읽어봅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물 길어 오너라 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 지어 줄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어릴 적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두꺼비가 나타나 근사한 집을 지어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좌절을 겪어본 지금, 제 마음을 붙드는 구절은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입니다. 인생에서 '헌 집(실패나 과거)'을 기꺼이 내어줄 용기가 있어야만, 우리는 그 자리에 '새 집(도전과 미래)'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노래는 예언처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2. 나의 경험: 모래알 같은 '파우더'가 만드는 피부의 성벽
저는 화장품 소재 개발 팀장으로서 미세한 모래알 같은 '파우더 소재'를 연구합니다. 메이크업 제품이나 선크림에 들어가는 미세 분체들은 하나하나가 독립된 모래알 같지만, 적절한 결합제(Binder)를 만났을 때 피부 위에 견고하고 매끄러운 성벽(Layer)을 쌓아 올립니다.
연구실에서 파우더의 입자 크기를 조정하며 제가 배운 것은, 기초가 되는 입자가 고르고 단단해야 그 위에 쌓는 구조물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모래 놀이를 할 때 수분이 부족하면 집이 금방 허물어지듯, 우리 인생의 계획도 진심이라는 수분이 결여되면 한낱 모래성(沙上樓閣)에 불과합니다.
직접 미세 입자를 배합하고 무너뜨리며 최적의 압축 강도를 찾아본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동요 속 아이들이 왜 그토록 정성껏 모래를 두드렸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무너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손을 집어넣는 반복의 힘이 결국 견고한 집(성과)을 만든다는 것을 현장의 기술력을 통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3. 천자문으로 읽는 지혜: 築(쌓을 축)의 유래와 해석
천자문의 맥락에서 '築(축)'은 단순히 흙을 쌓는 것을 넘어, 국가와 개인의 기틀을 바로잡는 숭고한 행위를 상징합니다. 築은 '대나무 죽(竹)'과 '움켜쥘 국(巩)', '나무 목(木)'이 결합한 형태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판 틀 사이에 흙을 넣고 나무 절구공이로 단단히 다지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이는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기초를 다지는 것'을 뜻합니다. 築은 우리에게 '빨리 쌓는 것'보다 '단단히 다지는 것'이 우선임을 가르칩니다.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쉬운 마음들을 모아 하나의 단단한 벽을 만드는 과정,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자 인생의 축조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4. 결론: 모래(沙) 위에 쌓은 허무와 재건의 힘
어린 시절 놀이터 흙바닥에서 불렀던 <두꺼비집>이 이제는 제 커리어의 회복 탄력성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손등을 타고 흐르던 차가운 모래의 촉감을 이해하고,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꿈꾸는 그 기대를 공감하게 된 것은 저 또한 인생의 수많은 모래성을 직접 쌓고 무너뜨리며 그 잔해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제가 연구 팀장으로서 실패에 낙담한 후배에게 "지금의 헌 집을 허물어야 더 견고한 새 집의 도면이 나온다"라고 격려하는 것은, 다져지지 않은 성공보다 단단하게 축조된 실패의 경험이 더 귀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모래바람을 직접 맞아본 사람만이, 지금 무너진 결과물 앞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다시 손을 넣고 두드려보자"는 진심 어린 공감을 건넬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손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 혹시 모래성이 무너질까 두려워 아무것도 쌓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築(축)이라는 글자가 보여주듯, 진정한 집은 단단히 다져진 당신의 마음속에서 시작됩니다. 헌 집을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모래를 두드리기 시작할 때, 당신의 인생에는 그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찬란한 '새 집'이 지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