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으면 어디선가 불어와 땀방울을 씻어주던 시원한 손길을 기억하시나요? 보이지 않지만 만물을 움직이고, 차가운 겨울을 지나 꽃을 피우는 봄을 데려오는 존재. 동요 <산바람 강바람>은 저에게 '보이지 않는 힘'의 조화와 상생에 대해 가장 청량하게 가르쳐준 노래입니다.
이 노래 속에 담긴 '바람(風)'이라는 단어를 통해, 제가 화장품 소재 개발 현장에서 기류와 압력을 조절하며 성분을 혼합하던 경험, 그리고 천자문의 '風(바람 풍)'이 담고 있는 변화와 감화의 의미를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하는" 열아홉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동요의 기억: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먼저, 가사만 읽어도 양 볼에 시원한 공기가 스치는 듯한 별세사 선생님의 가사 전문을 읽어봅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 때면 귓가에 노래 불러 깨워준대요
어릴 적 이 노래를 부를 때는 그저 바람이 시원해서 고맙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장이 되어 거친 풍파를 겪어본 지금, 제 마음을 붙드는 구절은 "땀을 씻어준대요"와 "깨워준대요"입니다. 바람은 때로 지친 이에게 휴식을 주고, 때로 나태해진 이를 일깨우는 '변화의 에너지'였습니다. 산바람과 강바람이 서로 다른 곳에서 불어와 세상을 보듬듯, 우리 인생도 다양한 시련과 위로의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이 동요는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2. 나의 경험: '기류(Air Flow)'를 다스려 완성하는 화장품의 결
저는 화장품 소재 개발 팀장으로서 미세한 분말 소재를 다룰 때 '바람'의 원리를 이용합니다. 원료를 고르게 섞거나 불순물을 날려 보낼 때 기류를 세밀하게 조정하는데, 이때 바람이 너무 강하면 소중한 원료가 흩어지고 너무 약하면 제대로 섞이지 않습니다.
연구실에서 공기의 흐름을 제어하며 제가 배운 것은, 바람은 형체가 없기에 무엇보다 유연해야 하며, 대상에 맞춰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팀을 이끄는 리더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팀원들이 지쳤을 때는 산바람처럼 시원한 위로를 건네고, 방향을 잃었을 때는 강바람처럼 귓가를 울리는 경책을 주어야 합니다.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압력을 다루며 수천 번의 실험을 반복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동요 속 바람이 왜 "고마운 바람"인지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바람)이 결국 보이는 결과(제품/팀워크)를 만든다는 것을 현장의 데이터를 통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3. 천자문으로 읽는 지혜: 風(바람 풍)의 유래와 해석
천자문의 구절 중에는 직접적으로 바람을 언급하는 대목 외에도 만물의 변화를 설명할 때 '風(바람 풍)'의 상징성이 큽니다. 風은 '무릇 무(凡)' 안에 '벌레 회(虫)'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옛사람들은 바람이 불면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믿었습니다. 즉, 風은 잠든 만물을 흔들어 깨우는 '생동의 기운'이자, 멀리까지 퍼져 나가는 '교화(敎化)'를 뜻합니다. 風은 우리에게 '풍속(風俗)'이나 '기풍(氣風)'처럼 보이지 않는 분위기의 힘을 가르칩니다. 강압적인 명령보다 바람처럼 은은하게 스며드는 감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임을 보여줍니다.
4. 결론: 바람(風)에 흔들리며 배우는 유연한 리더십
어린 시절 마냥 기분 좋게 불렀던 <산바람 강바람>이 이제는 제 리더십의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나무꾼의 땀을 씻어주는 바람의 배려를 이해하고, 잠든 사공을 깨우는 바람의 경계심을 공감하게 된 것은 저 또한 인생의 역풍(逆風)에 맞서보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순풍(順風)이 되어주기 위해 애써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제가 연구 팀장으로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팀의 분위기(풍토)를 먼저 살피자"라고 말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운이 무너진 곳에서는 어떤 창의적인 소재도 나올 수 없음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매서운 칼바람을 직접 맞아본 사람만이, 지금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바람이 지나면 곧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진심 어린 공감을 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삶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나요? 혹시 거센 바람에 꺾일까 두려워 웅크리고만 있지는 않나요? 風(풍)이라는 글자가 보여주듯, 바람은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안의 생명력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 불어오는 것입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유연하게 흔들리십시오. 꺾이지 않고 흔들릴 줄 아는 당신의 유연함이, 머지않아 당신의 인생에 가장 시원하고 고마운 결실의 바람을 몰고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