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해 질 녘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부르던 장난스러운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고추를 먹고 정신없이 돌다가도, 결국 우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가는 곳은 따뜻한 등불이 켜진 '우리 집'이었습니다. 동요 <고추 먹고 맴맴>은 해학적인 가사 속에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의 여유'를 담고 있습니다.
이 노래 속에 담긴 '집(家)'이라는 단어를 통해, 제가 화장품 소재 개발 현장에서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장벽(Barrier)'을 연구하며 깨달은 안식의 가치, 그리고 천자문의 '宅(집 택)'이 담고 있는 정착과 안정의 의미를 연결해 보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하는" 열여덟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동요의 기억: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먼저, 익살스러우면서도 정겨운 풍경이 그려지는 전래 동요의 가사 전문을 읽어봅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깃을 저어 뽕 따러 가고 아기는 혼자 남아서 집을 보다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깃을 저어 뽕 따러 가고 아기는 혼자 남아서 집을 보다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어릴 적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맴맴" 소리를 내며 어지럽게 도는 장난에만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일터로 나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이해하게 된 지금, 제 마음을 붙드는 구절은 "아기는 혼자 남아서 집을 보다가"입니다. 텅 빈 집을 지키는 아기에게 집은 외로운 공간인 동시에, 부모님이 돌아오실 유일한 약속의 장소이자 안전한 울타리였습니다.
2. 나의 경험: 피부의 '집', 장벽(Barrier)을 세우는 연구
저는 화장품 소재 개발 팀장으로서 외부의 유해 환경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피부 장벽'을 연구합니다. 세라마이드나 콜레스테롤 같은 성분들로 견고한 지질 구조를 만드는 일은, 비바람을 막아주는 튼튼한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양 성분(고추나 달래 같은 자극적인 경험)을 받아들여도, 그것을 품어줄 '집(장벽)'이 부실하면 피부는 금방 지치고 메마릅니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라는 광야에서 "맴맴" 돌며 치열하게 성취를 쫓아도, 지친 몸을 누이고 마음을 정화할 '내면의 집'이 없다면 그 성공은 사막 위의 신기루와 같습니다.
직접 현미경으로 파괴된 장벽 세포를 관찰하고 이를 복구하는 소재를 찾아본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동요 속 아기가 왜 집을 지키며 부모님을 기다렸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정한 성장은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안식처(집)를 기반으로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힘임을 연구의 결실을 통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3. 천자문으로 읽는 지혜: 宅(집 택)의 유래와 해석
천자문의 구절 중에는 '宅膏繼明(택고계명: 기름진 곳에 살며 밝음을 잇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宅(택) 자는 단순한 건물을 넘어선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宅은 '집 면(宀)'과 '부탁할 탁(託)'의 줄임인 '乇(탁)'이 결합한 형태입니다. '宀'은 지붕을, '乇'은 땅에 뿌리를 내린 새싹의 모양을 뜻합니다. 즉, 집(宅)은 사람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의 보호 아래 '의탁하여 사는 곳'을 의미합니다. 宅은 우리에게 '정착'과 '안정'의 중요성을 가르칩니다. 마음이 머무는 곳(心宅)이 편안해야 비로소 밖으로 나가 자신의 재능을 밝게(明) 꽃 피울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전합니다.
4. 결론: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어린 시절 장난기 가득하게 불렀던 <고추 먹고 맴맴>이 이제는 제 삶의 든든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매운 고추를 먹고 어지러운 세상을 견디는 아기에게 집이 얼마나 소중한 안식처였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은, 저 또한 거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맴맴" 돌다가 지친 몸으로 돌아와 가족의 온기에 기대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경험한 만큼 공감한다."
제가 연구 팀장으로서 성과 지표(장날의 수확)보다 팀원들의 심리적 안전감(튼튼한 집)을 더 챙기는 것은, 마음의 장벽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어떤 혁신도 나올 수 없음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매운맛을 직접 보며 방황해 본 사람만이, 지금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누군가에게 "당신에게는 돌아올 따뜻한 집이 있다"는 진심 어린 공감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 혹시 밖에서만 답을 찾느라 당신 내면의 집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나요? 宅(택)이라는 글자가 보여주듯, 당신의 가장 큰 힘은 당신이 뿌리 내린 그 평온한 안식처에서 나옵니다. 오늘 하루 세상에서 "맴맴" 도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당신만의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깊은 휴식을 취하십시오. 그곳에서 채워진 에너지가 내일 당신을 더 멀리 나아가게 할 나귀의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